광고가 화제였다는 건 누구나 안다. 진짜 질문은 장바구니가 움직였냐는 것

2025년 11월 19일, 농심이 신라면 글로벌 앰배서더로 에스파를 발탁하며 뮤직비디오 형식의 광고를 공개했다.
한 달 만에 유튜브 1억 3천만 뷰, 최종 누적 2억 7천만 뷰. 역대 신라면 광고 최고 기록이었다.
업계 반응은 뜨거웠다. "K팝 팬덤을 라면 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농심의 전략적 선택", "기존 광고 문법을 깬 파격적 시도"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런데 식음료 브랜드 마케터라면 이 다음 질문이 더 중요하다.
2억 7천만 뷰의 바이럴이 실제 국내 장바구니를 건드렸는가?
팀리미티드의 영끌 앱 실구매 영수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라면의 월별 구매 경험률(Penetration Rate) 추이를 추적했다.
유저 편향을 보정(Post-Stratification)한 수치다.
분석 기간은 2025년 9월부터 2026년 7월까지다.
구매 경험률이란?
한 달 동안 영끌 앱을 쓴 이용자 중 실제로 그 브랜드를 구매한 사람의 비율이다.
"이 달에 신라면을 산 사람이 얼마나 됐나"를 비율로 나타낸 지표로, 단순 매출보다 브랜드의 실제 시장 침투 깊이를 보여준다.
구매 경험률이 구조적으로 올랐다
캠페인 직전인 2025년 11월, 신라면 구매 경험률은 6.18%였다.
캠페인이 공개된 이후 처음 맞이한 12월에는 7.31%로 올랐고,
2026년 1월에는 9.32%까지 치솟았다.
이는 분석 기간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이후 수치는 다소 내려왔지만, 2026년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간 구매 경험률은 6.61%~7.87%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 기간의 평균은 7.78%다.

캠페인 직전 3개월(2025년 9~11월) 평균은 6.12%였다.
안정 구간 평균(7.78%)과 비교하면 +1.66%p, 약 27% 수준의 구조적 상승이 확인된다.
광고 집행 이후 일시적으로 반짝했다가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는 패턴이 아니라, 새로운 고원을 형성한 것이다.
식음료 업계에서 "포화 브랜드(saturated brand)"는 캠페인을 해도 구매 경험률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통념이 있다.
신라면처럼 국내 라면 시장 1위를 40년 가까이 유지한 브랜드는 이미 "살 사람은 다 산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번 데이터는 그 통념에 반기를 든다.
단순 계절 효과가 아니었다.
신라면만의 이례적 스파이크
"겨울에 라면을 더 많이 먹는 것 아닌가?" 라는 반론은 정당하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같은 기간 진라면(오뚜기)과 불닭(삼양식품)의 구매 경험률 추이를 함께 살펴봤다.

캠페인 이후 12월에는 세 브랜드 모두 구매 경험률이 올랐다.
동절기 라면 수요 증가라는 공통 배경이 있었다.
그런데 2026년 1월로 넘어가면서 브랜드별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경쟁 브랜드들이 1월에도 완만하게 올랐을 때, 신라면만 27.5%의 추가 급등을 기록했다.
이 격차는 계절 요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 시기는 에스파 스페셜 패키지(에스파 멤버 개인 이미지와 포토카드가 동봉된 한정 패키지)가 국내에 순차 출시된 시점과 겹친다.
글로벌 캠페인의 바이럴 잔향 위에 "수집 가능한 패키지"라는 촉발 요인이 더해지며, 1월의 이례적 스파이크를 만들어낸 것으로 해석된다.
캠페인 이후 두 달이 지나서야 피크가 터졌다는 점도 흥미롭다.
인지 → 구매 전환에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는, 식음료 마케팅에서 자주 관찰되는 "지연 리프트(delayed lift)" 패턴이다.
리프트 이후 새로운 고원, 2차 캠페인이 노리는 것
1월 피크 이후 수치는 내려왔지만, 2026년 2~7월 평균(7.74%)은 캠페인 전 궤적(6.12%)보다 여전히 유의미하게 높다. 완전히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고 새로운 고원에 정착한 것이다.
2026년 8월 20일, 농심은 에스파와의 2차 글로벌 캠페인을 공개했다.
1차가 무대 위 퍼포먼스형 뮤직비디오였다면, 2차는 요리·쇼핑·여행 등 일상을 배경으로 한 옴니버스형 영상 15편이다.
메인 영상은 "우리에게 매운맛은 행복"으로 시작하며, "행복의 다른 말은? SHIN"이라는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전략 변화가 눈에 띈다.
1차가 글로벌 팬덤 확보를 위한 인지도 캠페인이었다면,
2차는 "실제 일상에서 신라면을 손에 쥐는 장면"을 반복 학습시키는 구매 유도형에 가깝다.
이미 7%대 고원을 형성한 구매 경험률을 재차 자극해 또 한 번의 스파이크를 노리는 구조다.
핵심 내용
에스파 캠페인 이후 신라면 구매 경험률은 구조적으로 레벨업했다.
캠페인 전 궤적 평균 6.12% 대비 안정 구간 평균 7.78%로, +1.66%p 상승했다.단순 계절 효과를 넘는 신라면만의 이례적 스파이크가 2026년 1월에 관찰됐다.
경쟁 브랜드 대비 MoM 리프트가 2.3~3.6배 컸다.에스파 스페셜 패키지 출시와 캠페인 지속 노출이 맞물리며 "지연 리프트" 패턴이 나타났다.
2차 캠페인(2026년 8월)은 이 고원 위에서 추가 리프트를 노리는 구조다.
시사점
제조사(농심) 관점 K팝 앰배서더 기용이 단순 화제성에 그치지 않고 실구매 침투율의 구조적 상승으로 이어진 사례로 해석 가능하다. 특히 "지연 리프트" 패턴은 캠페인 직후 KPI를 단기 매출만으로 평가하는 접근의 한계를 보여준다. 1차 캠페인 이후 두 달 뒤 피크가 터진 것처럼, 2차 캠페인의 실구매 효과도 즉각이 아닌 누적으로 측정돼야 한다.
유통사 관점 편의점·대형마트 신라면 담당 MD라면, 에스파 스페셜 패키지 출시 시점과 구매 경험률 급등 타이밍의 상관관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패키지 수집 가치가 구매 전환을 끌어낸 메커니즘은 다른 브랜드 콜라보 기획에도 적용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된다.
FAQ
Q. 신라면은 이미 국내 1위 라면인데 왜 구매 경험률이 7~8%대밖에 안 되나요?
구매 경험률은 "한 달 동안 전체 이용자 중 산 사람 비율"이다. 신라면이 1위라는 것은 라면 카테고리 안에서의 순위이지, 월마다 모든 사람이 신라면을 산다는 뜻이 아니다. 한 달 기준 구매 경험률 7~8%는 오히려 상당히 높은 수치다. 비교 대상인 진라면은 11~12%대, 불닭은 9%대였다.
Q. 1월 2026년 급등을 에스파 캠페인 효과라고 단정할 수 있나요?
완전히 단정하기는 어렵다. 동절기 라면 수요 증가라는 계절적 요인도 함께 작용했다. 다만 같은 기간 진라면(+11.8%), 불닭(+7.6%)과 비교해 신라면의 MoM 리프트(+27.5%)가 이례적으로 컸다는 점이 단순 계절 효과 이상의 브랜드별 차별 요인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에스파 스페셜 패키지 국내 출시 시점과의 겹침도 하나의 변수다.
Q. 2차 캠페인(2026년 8월)의 효과는 언제쯤 확인할 수 있나요?
1차 캠페인 패턴을 참조하면, 론칭 후 1~2개월 뒤인 10~11월에 가장 뚜렷한 리프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는 일상 구매 장면을 반복 노출하는 콘텐츠 전략이어서, 에스파 팬덤 신규 유입보다 기존 구매자의 재구매 빈도 상승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9~10월 구매 경험률 추이가 검증 포인트다.
마무리, 글로벌 바이럴과 로컬 장바구니 사이
신라면 × 에스파 캠페인은 글로벌 팬덤을 겨냥한 기획이었다.
그런데 영수증 데이터가 포착한 실제 구매 반응은 예상보다 빠르게 국내에서도 나타났다.
다음 질문은 이것이다. 리프트된 구매 경험률을 유지하는 데 2차 캠페인이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
그리고 에스파 팬덤 타겟과 실제 신라면 구매자 사이의 인구통계 갭은 어떻게 좁혀지고 있는가.
다음 글에서는 신라면 실구매자의 연령대 구성이 캠페인 전후로 달라졌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지표 안내] 본 콘텐츠에 사용된 지표는 팀리미티드 '영끌' 앱을 통해 수집된 실구매 영수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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